“술 잘 마시는 사람”이란 말을 들으면 우쭐해지는 시대가 있었다. 술을 못 마시면 괜히 움츠려들고 대인관계도 지장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요즘은 이런 음주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래도 ‘술 권하는 사회’는 여전한 것 같다. 코로나19 때문에 집에서 ‘나 홀로’ 음주도 늘고 있다. 술과 건강, 특히 암 발생과 음주에 대해 알아보자.
◆ ‘술 약한’ 사람 있는데... 술 권하면 안 되는 이유
몸속에서 술(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다. ‘타고 난다’는 표현이 맞다. ‘술 잘 마시는’ 능력은 나이, 성별, 체중, 운동량, 음주 전 음식 섭취량, 약 복용, 가족력 등 다양한 배경이 있다. 알코올 분해 효소(ADH 및 ALDH)는 유전적으로 간에서 그 함량이 조절되어 알코올 대사 속도에 영향을 준다. 태어날 때부터 알코올 분해효소가 적은 사람은 많은 사람에 비해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얼굴이 쉽게 빨개지고, 일찍 취하고, 늦게 깨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이런 사람에게 술을 강제로 권하는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여성이 남성보다 술 약한 이유... 성호르몬의 영향
여성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술이 약한 게 사실이다. 여성은 몸속에 알코올 분해 효소가 적고 성호르몬의 작용으로 알코올 대사 속도도 느리다. 월경주기도 영향을 미쳐 알코올의 분해 시간에 차이가 난다. 음주로 인한 불안-우울감의 정도가 다를 수도 있다. 술은 특히 유방암의 매우 중요한 위험요인이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하루 두 잔 이하의 적은 음주도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음주량이 늘어날수록 위험성이 증가한다. 따라서 유방암과 관련해서 적정 음주량이란 아예 없다. 약간의 알코올 섭취도 유방암의 위험요인이기 때문이다.
◆ 약 복용 중인데... 간 건강 더 나빠진다
각종 질환으로 약을 먹고 있는데도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다. 이는 간 건강을 더욱 해칠 수 있다. 약물의 대사는 간이 담당한다. 간이 한창 일을 하고 있는데, 술까지 들어가면 피로가 쌓이게 된다. 몸속에서 해독작용을 담당하는 간의 부담이 크게 늘어 해독 능력이 저하된다. 알코올 분해 능력도 떨어져 평소보다 쉽게 취하고 온몸에 피로감이 몰려올 수 있다. 약을 먹고 있다면 술자리 동석자에 양해를 구해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 미세먼지와 같은 1군 발암물질... “한 잔도 마시지 마세요”
과거 하루 한두 잔의 술은 건강에 좋다는 주장이 있었다. 요즘은 이런 주장이 힘을 잃고 있다. 암 발생에는 적정 음주량이 아예없다. 한 잔의 술도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의하면 술은 담배, 미세먼지와 같은 ‘1군 발암물질’이다. 한두 잔의 소량음주로도 구강암, 식도암, 간암, 유방암, 대장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유럽 암예방수칙(ECAC)에는 ‘어떤 종류의 술이든 마시지 않는 것이 암 예방에 좋다’고 적혀 있다. 우리나라 암 예방수칙에도 ‘암 예방을 위해서는 하루 한두 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기’가 들어 있다.
◆ 꼭 술자리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 암 발생 위험 크게 높아
술을 마실 때 담배를 더 피우는 사람이 있다. 음주와 흡연은 모두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데, 함께 하는 경우 상호작용으로 암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술만 마시는 사람에 비해 술과 담배를 동시에 하는 사람은 상부 소화기계 암(구강암, 식도암, 인후두암)과 간암, 위암이 생길 위험이 증가한다.
◆ 빈속에 마시면 빨리 취하는데... 왜 급하게 마실까?
음주습관이나 음식섭취 등도 알코올 흡수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식사나 안주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급하게 술부터 마시는 사람이 있다. 빈속이니 빨리 취할 수밖에 없다. 식사를 충분히 한 후에 안주와 함께 천천히 술을 마시면 쉽게 취하지 않는다. 또한 쉬는 날 없이 자주 술을 마시게 되면 간이 충분히 회복되는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간의 피로가 쌓이고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며 몸에 피로감이 더해진다. 음주는 적어도 3일 이상의 간격을 두고 마시는 게 좋다.
◆ 현명한 사람이 왜 음주운전을 할까?
술에는 에탄올(알코올)이 들어있다. 술을 마시고 취하는 이유는 에탄올이 혈관으로 흡수되어 중추신경계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어지럽고 운동기능이 저하되어 혀가 꼬이거나 팔다리가 풀어진다.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정상적인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평소 냉철한 판단을 하던 사람도 술에 취하면 대리운전을 부르지 않고 직접 운전대를 잡는 만용을 부른다. 술자리 동석자도 취했다면 음주운전을 말리지 않는다. 음주운전을 하면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불가피하게 술자리가 예정돼 있다면 차를 두고 가는 게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