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를 보다가 귀신이 나오면 “으악!” 소리를 지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 어떤 이는 그 상황을 즐기지만, 다른 이는 허구라는 걸 알면서도 겁에 질려 혼자 화장실도 못 가는 상태가 된다.왜 그런 차이가 나타나는 걸까? 용기의 문제만은 아니다. 미국 건강 미디어 '웹엠디'에 따르면, 유전자의 영향이 크다. 공포에 대한 성향이 DNA에 새겨져 있다는 것.
누구든 무서운 영화를 보면 몸에서 에피네프린이 나온다. 아드레날린이라고도 불리는 이 호르몬은 교감 신경계를 활성화해서 투쟁-도주 반응을 이끌어낸다. 즉 혈압이 올라가고 맥박과 호흡은 빨라진다. 위험으로부터 최대한 빨리 달아날 수 있도록 근육으로 가는 혈액의 양이 늘어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유독 심하게 반응한다면? 신시내티대 샤나 파이벨 교수는 그 이유가 옥시토신 수치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옥시토신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신경 전달 물질. 화면에 괴물이 나타나도 옥시토신 수치가 높은 사람은 겁을 덜 먹는다. 반면 낮은 사람은 덜덜 떨며 겁에 질린다.
옥시토신에 대한 민감도 역시 공포 반응에 영향을 준다. 같은 수준의 옥시토신이 분비돼도 뇌의 수용체가 민감하게 반응하면, 즉 옥시토신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 공포를 덜 느낀다. 반대로 수용체가 옥시토신에 둔감하게 반응하면 불안이나 공포를 더 느낀다. 옥시토신 수용체의 민감도는 유전자(OXTR)가 결정한다. 결국, 겁이 많은지, 적은지는 부모 영향이 크다는 의미.
코르티솔도 공포와 관련이 있다. 코르티솔은 아드레날린과 마찬가지로 몸을 투쟁-도주 반응으로 이끄는 스트레스 호르몬. 그런데 코르티솔 수치가 한 번 높아지면 쉽게 낮아지지 않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보다 오래 공포와 긴장을 느끼게 된다.
공포에 대한 반응이 유전적 영향 아래 있다는 증거는 떨어져 자란 쌍둥이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은 같은 DNA를 갖기 때문에 혹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더라도 유사한 공포 성향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