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건강은 몸 전체의 건강과도 직결되어 있다. 특히 잇몸이 나쁘면 씹는 기능이 떨어져 영양 보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잇몸병, 치주질환은 증상이 없이 진행되는 병이다. 증상이 나타나 치과를 찾았을 때는 발치를 할 수도 있다.
흔히 풍치로 부르는 치주질환은 병의 정도에 따라 치은염과 치주염으로 나뉜다. 치은염은 비교적 가볍고 회복이 빠른 치주질환으로 잇몸에만 국한된 병이다. 치주염은 염증이 잇몸과 잇몸 뼈 주변까지 진행된 경우를 말한다.
염증이 진행될수록 잇몸과 치아 사이가 더욱 벌어지고 치아가 흔들린다. 방치할 경우 치아가 저절로 빠지기도 한다. 단백질, 비타민 등의 영양부족, 임신한 경우나 당뇨병 등과 같은 호르몬 장애, 흡연 등이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치주질환은 감기 다음으로 흔한 병이다. 치주질환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사람은 지난 2017년 1518만 명이나 된다. 특히 20~30대 환자는 6년 사이 209만 명에서 430만 명으로 2배 이상 증가해 젊은이들도 안심할 수 없는 병이다.
김현덕·이종호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2010∼2012년)에 참여한 성인 4766 명을 조사한 결과 47.6%가 치은염을, 19.6%가 치주염을 앓고 있었다. 성인의 70%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잇몸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치주염이 있으면 건강수명의 버팀목인 근육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40세가 넘으면 근육이 매년 1%씩 감소하는 사람도 있는데, 치주염까지 생기면 건강을 크게 위협한다. 근육이 줄면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나 낙상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 노인의 낙상사고는 오랜 입원으로 이어져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조경환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팀(가정의학과)이 국민건강영양조사(2008∼2009년)에 참여한 65세 이상 노인 2340 명을 조사한 결과, 치주염을 앓고 있는 노인은 근감소증 발생 위험이 2.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감소증이 진행되면 면역력이 약해져 각종 질병에 취약해진다. 일부 환자의 경우 질병 자체보다 근감소증으로 위험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잇몸병이 있으면 씹는 능력이 감소해 단백질이 많은 고기를 먹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잇몸이 아프면 몸 컨디션도 좋지 않아 근력운동도 못할 수 있다. 잇몸병이 온몸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다.
잇몸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역시 식사 후나 취침 전 양치질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강 내에서 치태와 치석의 형태로 존재하는 세균을 없애야 한다. 치실과 치간 칫솔을 사용해 치아 인접면을 깨끗이 하고 정기검진을 받는 것도 좋다. 치주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는 당뇨병과 같은 전신질환에 대한 치료도 서둘러야 한다.
김성태 서울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일시적으로 증상이 없어지면 잇몸질환이 다 나았다고 착각하기 쉬운데, 잇몸조직은 서서히 파괴될 뿐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잇몸병은 세균에 의한 잇몸의 만성 염증성 질환이어서 치료를 해도 재발할 수 있다. 주기적인 치과 검진과 철저한 구강 위생관리로 재발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잇몸병 등으로 인해 씹는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고기를 잘게 부수어 먹거나 달걀, 콩, 두부 등 부드러운 단백질 음식을 보충해야 한다. 노인의 경우 단백질에 비해 탄수화물 섭취 비율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근력 보강을 위해서라도 단백질 음식을 일부러 먹어야 한다. 30~40대, 중년도 마찬가지다. 근육이 부실하면 당뇨병 등 성인병에 걸리기 쉽다. 치아 건강과 근육은 평생 건강을 보장하는 보증수표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