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의 부스터 샷은 몇 번을 더 맞아야 할까? 백신 접종 완료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3차, 4차 접종이 계속 이어지면서 백신 피로감을 표현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부스터샷을 계속 맞는 것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면역학자 대니 앨트먼은 “우리는 백신학 분야에서 전혀 알지 못했던 영역에 들어섰다”면서 “응급조치의 일환으로 메신저리보핵산(mRNA) 부스터 샷을 반복해서 맞는 프로그램을 택하긴 했지만 이것이 바른 길인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부스터 샷에 대한 이런 논쟁은 오미크론 변이에 의해 더 촉발됐다. 예방접종을 완료했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오미크론에 대해서는 불충분한 항체반응을 보기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부스터 샷으로 3차 접종을 맞아도 그 면역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델타 변이가 우세했던 지난해 6월~11월 이스라엘에서 수집된 데이터에 따르면 mRNA 백신 3차 접종(부스터 샷)에 의한 면역력은 2차 접종 후 때와 마찬가지로 몇 개월이 지나면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영국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델타보다도 오미크론에 대한 면역력이 더 빠르게 감소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아직 동료검토가 끝나지 않은 실험실 실험결과는 3차 접종으로 형성된 중화항체가 오미크론 감염에 대해 최대 4개월까지는 보호망을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은 1월 초 오미크론 감염을 막기 위해 노약자와 면역결핍자에 대한 4차 접종을 시작했다. 이번 주 발표된 이스라엘의 예비 자료에 따르면 4차 접종이 감염과 심각한 질병의 위험을 감소시켜준다는 것. 그러나 과학자들은 3차 접종이 오미크론과 새로운 변이에 대한 지속적인 면역력을 부여하기에 충분한지 아니면 4차 접종, 심지어 독감백신처럼 정기적 백신이 필요한가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호주의 ‘피터 도허티 감염·면역 연구소’의 바이러스학자인 칸타 수바라오 연구원은 “부유한 나라에서 이미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 부스터샷을 접종하기 보다는 가난한 나라에서 백신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접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합리적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11일 발표한 성명에서 “정해진 백신 접종량을 반복 투약하는 부스터 샷에 기반한 백신접종 전략은 적절하지도 않고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컴퓨터 면역학자인 마일스 데이븐포트 교수는 “기존 백신을 반복적으로 투여하면 향후 새로운 변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효과가 줄어들 것”이라며 “차라리 새로운 변이를 목표로 삼은 새로운 백신을 맞는 것이 더 효과적일 거”이라고 말했다. 그는 4차 접종으로 형성되는 항체가 3회 접종보다 더 많다고 장담할 수 없음에도 칠레, 캄보디아, 덴마크, 스웨덴 같은 나라들도 특정 그룹에 4차 접종을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주 이스라엘에서 발표된 60세 이상의 참가자들에 대한 예비 자료는 4차 접종이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3차 접종 후 4개월이 지난 뒤 4차 접종을 할 경우 항체수치가 회복되고, 오미크론 감염에 대한 내성이 2배 증가하며 입원에 대한 보호도 3배 증가했다는 것.
반면 3차 접종만으로 장기 지속되는 면역력이 형성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들도 있다. 위중증을 막는 효과도 뛰어나며 설사 항체방어력은 떨어져도 백혈구인 B세포와 T세포가 코로나바이러스를 기억하고 있어서 오미크론의 감염을 막아준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영국 및 이스라엘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3차 접종은 델타 변이에 대해선 최대 5개월 동안, 그리고 오미크론에 대해선 3개월 이상 입원해야할 만큼의 위중증을 막아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클라리트 보건연구소의 란 발리서 전문의는 “면역력의 내구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3차 접종만으로도 치명적 증세는 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라곤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mRNA 백신 3차 접종은 항체 수준을 회복시킬 뿐만 아니라 새로운 변이에 대한 잠재적 반응까지 넓힐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구를 주도한 이 연구소의 알레한드로 발라즈 연구원은 “3차 접종으로 형성된 항체가 과거엔 효과적으로 인식 못했던 오미크론을 실제로 인식할 수 있다”면서 “3차 접종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시노박과 시노팜 백신 같은 비활성화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했다면 mRNA백신을 2회 추가접종해야 오미크론에 감염되지 않을 수 있다고 다른 연구들은 조언하고 있다.
앨트먼 교수는 “이제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우리가 확보한 무기 중에 어떤 것들을 조합하는 것이 가장 오래 지속가능한 면역력을 주는지 재평가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발리서 박사는 “더 오래 지속되면서 기존 변이는 물론 새로운 변이에 대해서도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는 새로운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미크론을 겨냥한 백신의 첫 데이터는 몇 개월 안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변이가 퍼지는 속도를 감안하면 그 마저도 늦을 수 있다.
백신에 대한 첫 번째 데이터는 몇 달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변종이 얼마나 빨리 퍼지는지를 고려할 때 그 마저도 너무 늦을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산타크루즈 캠퍼스(UCSC)의 마름 킬패트릭 교수(질병생태학)는 모든 코로나바이러스를 겨냥한 범용 백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바이러스의 변이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실현 가능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