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생쥐 등 실험용 설치류만 나이 들수록 정자의 질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포유류, 곤충, 조류, 어류 등 다양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379건을 평가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과 설치류를 제외한 동물은 전반적으로 나이가 들어도 정자의 숫자, 운동성, 사정량, 생존력 등 ‘사정 특성’(생식 형질)에 이렇다할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이 정자의 사정 특성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또한 일부 동물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사정 특성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많은 곤충 종은 나이가 들면서 도리어 정자의 사정량, 숫자, 생존력이 모두 개선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는 연구의 방법론적 한계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예컨대 많은 곤충 연구에서 수컷은 홀몸으로 지내도록 길러져 노년기까지 정자를 축적할 확률이 높다.
연구팀은 “대부분의 동물과 인간의 사정 노화 패턴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은 인간이 불과 몇 세기 전보다 훨씬 더 오래 살기 때문일 수 있다. 대부분 남성은 정자 기능을 유지하도록 진화한 연령의 벽을 훌쩍 뛰어넘어 오래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add id='1637023, 1599615, 1558603' title='관련 뉴스']
연구의 공동 책임 저자인 레지나 베가-트레조 박사(생물학)는 '사정 특성에 대한 노화의 영향은 모든 동물에서 일관성을 보이지 않는다. 그 때문에 사정 때 노화와 관련된 기능 저하가 동물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하는지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동물과 인간 사이의 큰 차이는 동물이 모든 연령대에서 정자 기능을 유지해야 하는 진화적 선택의 압력을 더 강하게 받았기 때문에 발생했을 수 있다.
연구팀은 나이가 동물 수컷의 생식 결과(수정 성공, 번식력 등)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도 조사했다. 하지만 사정 특성과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 나이가 들어도 수컷의 생식 결과가 좋아지거나 나빠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인간과 크게 다르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는 각종 연구에서 나이가 많은 동물을 거의 실험하지 않는 방법론적 한계로 인해 일부 발생할 수도 있다. 생식 능력의 저하가 모든 동물 수컷의 사정 특성에 대해 발생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Meta-analysis shows no consistent evidence for senescence in ejaculate traits across animals)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