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인가요? 다른 병원도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하나요?”이제 임신 36주 차로 접어들어 2월 중순 출산할 예정인 한 여성(부산 기장군 정관읍)은 ‘임신일기’를 연재하고 있는 블로그에 19일 새벽 “책임감 없는 산부인과, 조리원”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부산에서 ‘산부인과 중점병원’으로 널리 알려진 정관 일신기독병원이 “내달 9일부터 산과(産科) 진료를 중단”한다고 일방 통보해왔기 때문. 일신기독병원은 부산 동구 좌천동에서 ‘일신 산부인과’로 출발, 현재 부산에만 4개 병원을 둔 병원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재)한국·호주기독교선교회(이사장 인명진)가 운영한다.
여기 정관 일신기독병원도 산부인과를 중심으로 9개 전문과목 진료를 해왔다. 병원장도 전문의가 6명이나 되는 산부인과 쪽에서 맡아왔다.
병원은 홈페이지에 “가임 연령의 결혼관 변화, 저출산 문제 심각성 및 24시간 응급 진료가 필수인 분만 의료진 수급의 어려움으로 분만과 관련한 산과 진료를 종료”한다는 알림 글만 올려놓았다. 거기에 더해 “내달 29일부턴 (부속) 조리원도 종료한다”라고도 했다.
병원 측은 이와 관련, 22일 “그동안 산부인과 쪽에 여러 가지 내부 문제들이 있었다”면서 “병원 경영 수지까지 너무 악화하고 있어서 이번에 그렇게 결정한 것”이라 설명했다.
이런 소식을 듣고 급히 병원을 찾아간 인근 산모들은 이번 조치가 분만을 담당하던 의사들이 나갔기 때문이 아니라 병원 측의 일방적인 처사라는 점에 더 놀랐다.
출산 앞둔 임신부들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인가요?
“(산부인과) 일부 과장들이 ‘(병원이 분만을 포기하겠다면) 내 사비를 들여서라도 (지금 이 자리에) 공간 임대라도 해달라며 병원에 ’딜‘(deal, 협상)을 해봤지만, 그것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 의사, 간호사들도 어제(18일) 오후 통보 받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즉, 병원이 외래 환자들은 물론 내부 의료진에게도 일방적으로 통보만 해버렸다는 얘기다.
병원 측은 이어 “병원장에 정형외과 전문의가 새로 취임할 예정”이라며 “고령화 사회에 따른 척추 및 관절질환, 다양한 스포츠 활동 및 청소년기 근골격계 질환 등에 대한 정형외과 진료와 수술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 했다.
한때 ’출산율 부산 최고‘였던 정관신도시에서조차 아이 분만 진료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변한 세태가 문제인지, 아니면 “돈 되는” 정형외과 쪽으로 무게 중심을 바꾸겠다는 병원의 손익 계산이 먼저였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출산을 앞둔 임신부들만 당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이제 출산을 하려면 자동차로 30~40분 거리의 해운대나 금정구 쪽 병원을 전전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
부산의 한 산부인과 의사는 “지역의 필수의료 공백이 현실로 드러난 또 하나의 사례”라며 “분만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생기면 병원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워낙 크니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산부인과 전문으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병원이라면 포기할 때 포기하더라도 이렇게 일방 통보하고 끝내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