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일곱이란 짧은 생을 살고 간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그의 사후 130년 만에 네덜란드 의학 연구팀이 그의 자살 원인을 밝혀냈다고 CNN이 3일 보도했다.연구팀은 고흐가 금주 때 발생하는 섬망(delirium) 때문에 죽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조울증저널(IJBD)에 발표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금주에 의한 섬망은 급성 기질성 뇌증후군으로 불리는데 불안정, 당황, 착각과 환각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해바라기’(1888) ‘별이 빛나는 밤’(1889) 등 불후의 작품을 남긴 고흐는 생전에 자신의 왼쪽 귀를 자른 사건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이 사건을 ‘단순한 예술가의 한바탕 광기’로 치부했다.
네덜란드 그로닝겐대학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고흐가 쓴 수백 통의 편지와 의료 기록에 대해 정신의학적 검사를 실시했다. 대부분의 편지는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것이다.
연구팀은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뒤에 금주에 의한 두 번의 섬망을 경험한 것 같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환자인 고흐를 직접 조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고흐는 정상과 이상의 경계 영역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경계성 인격장애와 조울증이라는 두 가지 정신 질환으로 고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고흐는 조현병을 앓았던 것 같지는 않다. 연구자들은 고흐가 ‘가면 간질’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전형적인 발작보다는 뇌의 깊은 부분에서의 간질 활동에 근거한 행동 장애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고흐의 경우 과음과 영양실조, 수면 부족 및 정신적 고갈 같은 생활 방식 때문에 뇌 손상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고흐 예술의 독창성은 그의 정신병 문제 덕분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미술 전문가들은 그의 업적은 오랫동안 열심히 노력한 기술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고흐는 정신병이 있던 시기에는 거의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흐는 화랑의 수습사원, 짧은 교사 생활, 2년의 선교사 활동을 거쳐 27세에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브뤼셀 왕립미술아카데미에서 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33세 때 프랑스 파리로 이주한 고흐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큰 영향을 받았다. 파리 생활에 지친 그는 남프랑스로 옮겼으며 한때 폴 고갱과 함께 작품 활동을 했다. 그러나 둘은 사이가 나빠져 고갱이 떠나고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르는 일까지 벌어졌다.
1890년 파리 근교로 옮긴 고흐는 다시 열정적인 활동을 했다. 하지만 그는 7월 27일 갑자기 들판을 서성이다가 스스로 소형 권총으로 가슴을 쏘았고 이틀 뒤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