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의 식품의약국(FDA) 사용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이 회사가 벨기에에서 생산한 백신을 미국으로 공수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제 전 세계인의 관심은 언제부터 백신을 맞고 코로나 공포에서 해방되느냐일 것이다. 그러나 영국 공영방송 BBC는 백신을 대량생산하더라도 전 세계에 보급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5대 과제가 있다고 보도했다. 그 5대 과제를 소개한다.1. 대중의 신뢰 획득 = 사람들이 백신을 믿고 맞고 싶어 해야 한다. 백신을 맞는 것이 옳다는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 사람들이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독감백신을 맞고 죽은 사람이 잇따라 나오자 백신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커져 많은 사람이 독감백신 접종을 포기한 현실을 보면 신뢰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백신이 효과가 있으려면 절반 이상의 사람이 맞아야 한다.
2. 백신의 안전 보관 =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은 영하 2∼8도에서 보관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영하 70∼80도의 특수한 냉동냉장 시설의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이 필요한 것도 있다. 백신은 이런 조건에서 보관되지 않으면 변질돼 사용할 수 없다. 콜드체인이 가동되려면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에는 의료시설의 약 28%만이 신뢰할 만한 전기에 접근할 수 있다. 제약사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드라이아이스 박스 등에 투자했지만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3. 숙련된 인력 확보 = 백신은 훈련된 사람들이라면 쉽게 관리하지만 일부 백신은 훨씬 더 정교함이 요구된다. 코로나19 백신은 제품에 따라 초저온 냉동시설에서 꺼내고 현장에서 배합도 할 필요가 있어서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특별한 기술이 필요할 수 있다. 과연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그런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4. 의료시설까지 사람 수송 = 백신을 맞기 위해서는 사람이 의료시설에 가야 한다. 나라에 따라서는 의료시설에 가기 위해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배를 타고 하루가 걸리는 지역도 많다. 가난한 나라에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 많다. 이는 백신을 맞는 날에는 그들의 아이들이 굶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사람들이 백신을 맞으러 의료시설까지 갈 수 있을까.
5. 빈국들의 백신 확보 = 가난한 나라들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이 주도한 공정한 글로벌 백신 보급을 위한 ‘코백스 이니셔티브’를 통해 백신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이니셔티브는 가난한 나라에 백신을 제조 원가나 무료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2021년 말까지 전 세계 인구의 20%에 코로나백신을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이들은 전 세계 사람이 백신을 맞으려면 최소한 2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의 전파력이나 지구촌의 교류와 이동을 고려하면 국가 간 백신 접종의 격차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어렵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