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여성은 체중 감소폭이 클수록 치매의 대표적인 원인인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식 교수와 국제진료센터 강서영 교수팀이 알츠하이머병이 없는 60~79세를 대상으로 체질량지수와 알츠하이머병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비만일수록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은 앞서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돼왔지만, 국내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체질량지수(BMI) 변화 폭과 알츠하이머병의 상관성을 살핀 연구는 많지 않았다.
서울아산병원 교수팀은 2002~2003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참여자 중 알츠하이머병이 없는 60~79세 성인 4만 5076명을 대상으로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의 체질량지수를 2년(2004~2005년) 및 4년(2006~2007년) 단위로 비교해 체질량지수 변화 폭이 알츠하이머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의 경우 2년 동안 체질량지수가 5~10% 감소한 경우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1.14배, 10.1~15% 감소한 경우 1.44배, 15% 이상 감소한 경우 1.51배 높아졌다. 또한, 4년 동안 체질량지수가 5~10% 감소한 경우 1.31배, 10.1~15% 감소한 경우 1.6배, 15% 이상 감소한 경우 1.68배 높아졌다.
남성의 경우 2년 단위로는 유의미한 상관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4년 단위로는 체질량지수가 10.1~15% 감소한 경우에 한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1.33배 높아졌다.
체질량지수가 줄어들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서영 교수는 "체질량지수가 감소하면 영양소 결핍과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며, 이는 인지기능 감퇴로 이어져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인다"며 "필수지방산 결핍은 신경세포막의 생리학적 변화를 일으키고, 비타민 결핍은 조직 손상에 대한 보호 작용을 더디게 한다"고 설명했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근감소증 예방을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 김영식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령에서의 체중 감소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이러한 연관성은 여성에게서 더 뚜렷하다"며 "단백질 등 영양섭취가 부족한 여성이 남성보다 1.4~1.7배 많고, 권장 운동량에 미달되는 여성도 남성보다 1.3배 많다고 밝혀진 노인실태조사(2017년)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에서 영양섭취 부족으로 인한 체중 감소와 운동 부족으로 인한 근감소증을 예방하는 것이 뇌 건강 및 치매 예방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