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끼거나 다리가 저린 신경학적 상태를 하지불안증후군이라 한다. 흔히 벌레가 기어다니는 느낌으로 묘사되며 성인 10명 중 1명에게서 나타난다. 잠들기 전에 증상이 나타나 온전한 수면을 방해한다.
현재까지 뇌의 철분결핍, 염증반응, 신경계 저산소 등이 하지불안증후군 발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명확한 작동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정기영 교수·분당차병원 신정원 교수팀은 하지불안증후군에 작용하는 주요 단백질을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하지불안증후군을 정확히 진단하고 병태생리기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하지불안증후군을 앓는 환자 7명과 건강한 대조군 6명의 혈청 샘플을 통해 단백질체 분석을 진행했다. 단백질체 분석이란 생체 내 단백질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방법이다. 질병에 작용하는 단백질을 찾아내고 이들 간 상호작용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에게서만 관찰되는 특이한 단백질 8가지를 찾았다. 이후 이들과 철분 부족, 저산소증과 관련된 단백질 간의 연결고리를 찾았다. 해당 분석을 통해 총 4개의 단백질(C3, C4A, AHSG, A2M)이 하지불안증후군에 작용하는 주된 단백질임을 찾아냈다.
이는 향후 하지불안증후군 진단과 치료를 위한 바이오마커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하지불안증후군은 주로 환자 스스로의 설명과 전문가의 판단에 의존해 진단해왔다. 바이오마커를 활용하면 수치를 객관적으로 계량해 정확한 진단과 더 나아가 치료 약물 개발에 나아갈 수 있다.
특히, 이전 연구에 따르면 하지불안 증후군은 심혈관계 질환과도 높은 관련을 보였다. 단순한 수면장애를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만큼,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했다.
정기영 교수는 “하지불안증후군은 아직까지 진단적 바이오마커가 없어 정확한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바이오인포매틱스를 이용한 단백질체 분석방법과 바이오마커 발굴은 향후 하지불안증후군 오진을 줄이고 치료법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이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수면의학(Sleep Medicine) 최신 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