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으로 누군가를 잃은 슬픔과 아픔에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상심 증후군(Broken heart syndrome)’을 겪는 것이다.흔하지 않지만 심장에 치명적일 수 있는 질환으로 정확한 의학용어로는 타코츠보 증후군(Takotsubo syndrome;TTS)라 불린다. 보통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이별,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하는 등 심각한 감정적, 신체적 스트레스에 의해 유발되는데 정확한 원인과 그 메커니즘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뇌 편도체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뇌의 신경생물학적 활동이 그 원인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의 편도체 영역에서 신경세포의 활동이 많을수록 더 이른 시기에 TTS가 발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메사추세츠종합병원 아메드 타와콜 박사 연구팀은 2005년에서 2019년 사이 동 병원에서 암 진단을 위해 PET-CT 스캔을 받은 성인 환자 104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68세, 여성의 비율은 72%였다.
스캔을 받고 평균 2.5년이 지난 후 환자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TTS에 걸린 사람은 41명, 아닌 사람은 63명이었다. 연구진은 TTS에 걸린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초기 PET-CT 스캔에서 ‘스트레스와 관련된 편도체 활동’이 더 활발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스트레스와 관련된 편도체 활동’은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뇌 영역의 활동에 대한 편도체 활동의 비율로 측정됐다.
TTS에 걸린 환자 41명의 경우, 스캔을 받고 TTS에 걸린 시기 사이의 평균 기간은 0.9개월이었다. 이에 반해 나머지 63명의 경우, 스캔을 받고 마지막으로 추적 조사한 시기 혹은 사망까지의 평균 기간은 2.9년이었다.
타와콜 박사는 “TTS에 걸린 환자 41명 중 편도체 활동 증가 수준이 낮았던 사람들은 스캔 후 수년이 지난 시점에 TTS에 걸린 반면, 편도체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상위 15%가 스캔 후 1년 이내에 TTS에 걸렸다는 것은 주목할 만 한 결과”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스트레스와 관련된 생물학적 활동이 심혈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더하는 결과”라며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이들 뇌 영역을 타겟으로 한 약물 치료가 심장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추가 연구를 통해 스트레스와 관련된 뇌의 활동을 낮추면 기존 환자의 TTS 재발을 줄일 수 있는지 조사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주로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한계가 있다. 암은 TTS의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또한 다른 뇌 영역의 활동 변화는 측정할 수 없었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