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허기가 심한 이들이 있다. 예를 들어 함께 점심을 먹은 직장 동료 두 사람. 오후 4시가 되자 한 사람은 멀쩡한데 한 사람은 배가 고파 허덕인다. 분명 같은 메뉴를 먹었는데, 어찌된 일일까?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등 연구진에 따르면, 이는 혈당 수치의 변화 폭이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1,07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2주 간의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모두 같은 메뉴로 아침을 먹었다. 나머지 끼니는 자유롭게 선택하는 대신 언제 뭘 먹었는지, 식사를 앞두고 배고픔은 어느 정도였는지를 꼼꼼하게 보고했다. 참가자들은 또 포도당 모니터와 함께 활동과 수면을 기록하는 장치를 착용하고 생활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혈당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허기를 심하게 느끼고 따라서 칼로리도 더 섭취하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혈당 수치의 낙폭이 큰 이들은 똑같이 아침을 먹고도 점심시간을 30분 앞둔 무렵이 되면 배고픔을 9% 더 강하게 느꼈다. 이는 실제 점심을 먹을 때 75칼로리 정도를 더 섭취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하루 전체로 보면 312칼로리. 1년이 지나면 9킬로그램 넘게 몸무게가 늘어날 수 있는 양이다.
저자 중 한 사람인 팀 스펙터 교수는 “우리 실험을 통해 대사 과정에서의 혈당 변화가 식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가 드러났다”면서 “유달리 허기가 심하고 남들에 비해 체중 관리가 힘들었던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이번 연구 결과(Postprandial glycaemic dips predict appetite and energy intake in healthy individuals)는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 저널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