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은 채소와 더불어 몸에 좋은 식품으로 꼽힌다. 항산화 물질이 많아 몸의 손상과 노화를 늦추는데 도움이 된다. 건강을 위해 고기나 밀가루 음식을 줄여도 과일은 항상 많이 먹으라는 주장이 있다. 과학적으로 맞는 말일까? 사과를 하루에 2개씩 먹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 과일은 몸에 좋으니까... 많이 먹어도 된다?
적절한 과일 섭취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과일도 많이 먹을 경우 지나친 열량 섭취로 인해 체중이 증가하거나 고중성지질혈증이 생길 수 있다. 이미 당뇨병, 고중성지질혈증이 있다면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 살을 빼고 싶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으면 탄수화물 과다 섭취로 인해 체중, 혈당, 중성지방이 증가할 수 있다.
과일도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 있다. 매일 사과 2개(200 kcal)를 먹는다면 한 달 후 체중이 약 1kg 증가할 수 있다(질병관리청 자료). 당뇨병 예방-관리를 위해 혈당 조절을 하고 싶다면 사과는 한 번에 3분의 1~반개 정도만 먹는 게 좋다. 파인애플, 바나나 등 단맛이 강한 열대과일도 많이 먹으면 살이 찌고 혈당이 오를 수 있다. 귤, 오렌지, 배, 감, 수박, 참외 등도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 채소와 과일은 무엇이 다를까?
상추, 양배추, 양상추, 오이, 배추, 샐러리, 당근 등 채소는 열량이 낮아 살이 찌거나 혈당이 치솟을 우려가 적다. 따라서 자유롭게 먹어도 된다. 하지만 과일은 단맛을 내는 탄수화물(당질)이 상당량 들어 있어 많이 먹을 경우 살이 찌고 혈당을 상승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혈당조절을 위해 과일은 한번에 50 kcal 정도의 양으로 하루 1~2회 먹을 것을 권장한다(대한당뇨병학회 자료). 예를 들어 바나나처럼 당도가 높고 수분이 적은 과일은 한번에 50g 정도(반개) 먹어야 하지만, 토마토처럼 당도가 비교적 낮고 수분이 많은 식품은 350g, 한 번에 작은 크기 2개를 먹어도 된다.
◆ 고구마는 당지수가 낮아 혈당 관리에 좋다?
고구마는 당지수가 61로 비교적 낮아 당뇨병에 좋다는 말이 있다.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각 식품마다 1회 분량에 함유된 당질의 함량이 다르기 때문에 당지수만으로 식품을 선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당뇨병 환자의 식후 혈당은 식사 전체 메뉴에 포함된 당질의 양에 큰 영향을 받는다. 평소보다 당질 섭취량이 늘어나면 식후 혈당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당지수가 낮은 음식이라도 자유롭게 추가로 먹으면 안 된다(대한당뇨병학회 자료). 고구마 등 당질이 든 음식을 먹을 때에는 혈당관리를 위해 고구마를 섭취한 만큼 다른 당질 식품의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고구마 1/2개는 밥 1/3공기에 해당한다.
◆ 건강에 더 좋은데.. “식전에 먹는 것 어때요”
과일은 식사 후에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혈당 관리에는 좋지 않다. 현미 등 통곡물로 식사를 했어도 후식으로 당지수가 높은 잘 익은 과일, 단 맛이 강한 과일을 먹으면 혈당이 치솟을 수 있다. 오히려 식사 전에 먹으면 과식을 막고 혈당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건강한 사람도 단 과일을 많이 먹지 않는 게 좋다. 과일도 과식하면 혈당을 올리고 살이 찔 우려가 있다. 토마토처럼 당도가 비교적 낮고 수분함량이 높은 채소나 과일은 작은 크기 2개를 먹어도 된다.
◆ “과일은 주스 형태보다는 생과일로 드세요”
과일은 주스나 즙 형태보다는 생과일을 먹는 게 좋다. 생과일에는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어 혈당을 내리는 기능이 있다. 굳이 과일을 갈아 마시고 싶다면 한번에 100 cc 정도(1/2컵)만 마시는 게 좋다. 시중에서 주스 제품을 구입할 때는 무가당 주스나 천연과즙으로 표시된 것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무가당’을 표방하는 제품도 당분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