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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의식 잃었다 깨어난 소년...말 못하고 못 움직여, 무슨 사연?

희귀한 신경계 질환으로 일 년 가까이 병원 신세를 졌음에도 제대로 된 진단조차 받지 못한 아이의 사연이 소개됐다.영국 일간지 ‘더선’은 미국 워싱턴주 켄트에 사는 열 살 소년 주드(Jude Keil)의 사연을 보도했다. 주드는 심각한 신경계 질환 때문에 평생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할 지 모르지만, 의사들은 여전히 정확한 병명을 알지 못한다. 주드의 아버지 피터 케일(43)은 “지금 돌이켜보면 증상을 알 수 있었을 것 같지만, 당시에는 너무 사소해 보였다”고 회상했다.

이상한 점을 처음 발견한 건 2022년 9월 말 모로코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피터는 주드가 평소 좋아하던 스노클링과 수영도 하지 않고 숨이 가빠하는 모습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 후 병원에 데리고 갔다. 의사는 몇 가지 호흡기능 검사를 실시한 후 흡입기(inhaler)를 처방했다. 하지만 도움이 되지 않았고,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보내져 내시경검사도 받았지만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다 11월부터 또 다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피터와 그의 아내 엠마(41)는 당시 촬영해뒀던 동영상을 보고 나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주드의 오른팔이 아주 조금씩 약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는 옷을 입을 때에도 왼팔로 오른팔을 들어올려야 할 정도로 팔이 약해졌다.

다시 찾은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받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이상이나 감염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음해 2월 다른 이비인후과 전문의와의 진료를 일주일 앞두고, 주드는 응급실로 급히 실려왔다. 과자를 먹다 목에 걸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미리 예약해뒀던 이비인후과 전문의와의 진료에서 다시 내시경을 받던 중, 후두개 떨림이 포착됐다. 후두개는 음식을 삼킬 때 음식물이 기도를 통해 폐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덮개다.

의사는 아이의 상태를 관찰하기 위해 하룻밤 입원을 하도록 했고, 2월 10일 오전 엄마와 통화를 마친 주드는 아빠에게 잠을 자도 되는지 물었다. 피터는 이 말이 주드의 목소리를 듣는 마지막 순간이 될 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후 주드를 체크하러 온 간호사가 상황을 파악할 때까지 아무도 아이가 이미 의식을 잃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 혼수상태에 빠진 주드는 곧바로 에블리나런던아동병원으로 이송됐다. 2월 13일, 자신의 생일에 의식을 되찾은 주드는 이후로 상태가 더욱 악화되어 현재는 손가락 하나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됐다. 병원에서 꼬박 311일을 보내고 집에 돌아왔지만, 지금은 팔을 완전히 사용할 수 없게 됐고 머리도 받쳐줘야 한다.

의사들은 처음에 뇌종양을 의심했지만, 검사 결과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담당 의료진은 스페인, 독일, 미국 등 수많은 국가의 의학박사들과 검사 결과를 공유했다. 이들은 주드가 희귀한 유형의 운동신경 다발성 신경병증과 리보플라빈(비타민 B2) 흡수 부족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경전도 검사 결과, 어깨 윗부분에서 생성된 신호가 팔로 내려가면서 서서히 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신경다발성 신경병증은 근이영양증과 같이 움직임을 담당하는 신경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일반적인 용어다.

주드의 정확한 증상은 이들 질환 중 어느 것과도 딱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의료진은 주드가 해당 질환의 희귀한 유형으로 그 첫 사례일 가능성으로 보고 있다. 주드는 현재 신체적으로 힘든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손 대신 눈을 사용해 스크롤 할 수 있는 시선 추적 태블릿의 도움으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피터는 “겉모습은 달라졌지만 주드의 내면은 여전히 정원을 뛰어다니고, 공을 차고, 자전거를 타고, 바다에서 수영하고 싶어하는 재미있고, 매력적이고, 까불거리는 열 살 남자아이”라며 “우리는 아이가 단지 존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피터 부부는 주드가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생활환경을 아이의 필요에 맞게 조정하는 데 도움을 얻고자 GoFundMe에서 모금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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